게으른 영업 담당자가 CRM을 열심히 사용하게 된 이유
시키면 하기 싫다, CRM에 미팅 노트 작성하기
SFDC는 비싸다. 사용자 5명만 해도 연간 1000만원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싸긴 하지만, 영업관리자 또는 회사대표 입장에서는, SFDC를 도입하면 매출이 늘어날거라는 기대감으로 과감히 투자를 한다. 매출 수억원, 수십억원을 올릴수 있다는데, 수천만원이 대수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SFDC 도입은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SFDC 활용에 실패하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1위를 다투는 것은 영업사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서이다. 특히 고객을 1명이라도 더 만나야하는 영업사원 입장에서, 모든 영업기록을 SFDC에 남기는 것이 너무도 고역스럽다.
작심삼일, 모든 미팅을 CRM에 작성하기
우리회사 영업팀은 2명, 부지런한 Michael과 게으른 KK이다. Michael은 노트 작성에 대해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가지고 있다. CRM에 고객과 나눈 메신저 내용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입력하고는 한다. KK는 CRM 작성이 귀찮다. CRM을 열심히 쓰는 Michael의 존재만으로도 압박을 느낀다.
“그래, CRM에 꼼꼼히 기록 해놔야 나중에 다시 돌아볼 수 있지.”
KK는 오늘도 열심히 기록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 다가온 제안서 작성 시즌, 오늘만 협력업체와 고객과 나눈 전화가 10건이 넘는다. 이걸 언제 다 기록하지…? 그렇게 KK의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게 된다.
개발팀이 영업팀에 자꾸 관심을 갖는다
회사 공식 협업툴이 Discord에서 Slack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점점 늘어나는 인원을 감안할 때, 확장성이 좋은 솔루션으로 옮기자는 취지였다.
기록 뿐만 아니라, 자동화에도 편집증이 있는 Michael은 Slack 사용이 시작되자마자 CRM을 열심히 연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코딩하면서 Bot을 연결하던 Discord와 다르게, Slack은 비개발자도 연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다양하게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작성하는 모든 CRM 노트가 Slack으로 넘어오게 됐다.
CRM + Slack 연동 후 변한 점은, 영업팀 내 대화가 기존보다 늘었다는 것이다. 영업 사원이 CRM에 노트를 기록하면, 다른 멤버들이 Slack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볼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CRM 노티를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확인하고, 궁금한 점은 CRM에 노트를 남기거나 구두로 물어보던 것이, Slack 연동 이후에는 고객 미팅별로 바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대화 빈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변화는, 회사 내 다른팀 구성원들이 영업팀 상황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업팀이 아닌 멤버들이 스레드에 등장하는 빈도가 점차 높아졌다. 영업팀이 개발팀에 궁금한 점을 Slack에서 물어보기도 편해졌고, 개발팀이 먼저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경우도 생겼다.
뿌듯했던 개발팀 한 멤버의 후기, “요즘 영업팀 Slack 채널이 제일 재미있어요”.
시키지 않아도 CRM을 열심히 사용하기까지
CRM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큰 장벽은, 실 사용자인 영업사원이 꼼꼼한 영업 활동 기록을 힘들어 한다는 점이다. 특히 관리자의 일방적인 지시로 인한 영업 활동 기록 문화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원흉이다.
영업사원이 영업 활동 기록을 꺼리는 이유는 바쁜 업무도 있겠지만, 굳이 기록해도 다시 볼 일이 없는 이유가 가장 크다. 중요한 미팅 후 기록은 당연히 작성하지만, 전화, 문자 등 모든 활동을 기록하기엔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렇게 작성 여부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 길어지다보면, 점차 작성하는 빈도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 영업사원이 영업 활동을 꼼꼼히 기록하지 않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잠재 고객의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을 잘못 판단하여,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영업 활동을 100% 기록하는 문화와 함께, 작성한 기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구는 Slack 연동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최초에는 CRM 에서 코멘트를 남기는 것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팅 노트를 작성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CRM 접속 빈도가 높지 않아, 다른 영업팀원이 작성한 미팅 노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우 또한 드물었다.
반면 Slack과 같은 협업툴은 하루 종일 붙들고 살다 보니, CRM에 작성한 기록을 연동하는 것만으로도 작성한 활동 기록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미팅 결과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다. 그리고 논의의 범위는 영업팀을 넘어서서, 주변 부서까지 쉽게 확장된다. 그리고 영업사원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CRM 노트 작성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