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견적서 작성을 위한 6가지 실전 팁

엔터프라이즈 견적서 작성을 위한 6가지 실전 팁

1편에 이어서 엔터프라이즈 딜 진행을 위한 견적서 작성에 대해, 저의 경험과 몇 가지 팁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견적서 작성의 중요성

견적서 발송을 위해 체크해야 할 사항들은 RFP(입찰 제안 요청서)만 봐도 알 수 있듯 양이 많습니다. Listing Price(소비자가) 견적서 정도야 검토 없이 바로 전달할 수 있지만,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에서 소비자가로 딜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해당 건에 대한 검토 후 견적서 발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견적 발송 시에는 현재 고객사에서 원하는 라이선스 수량 및 업셀링 가능성, Lock-in 가능성 여부를 판단 후 견적이 나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고려 사항에 따라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견적서를 발송하는 과정 전체가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의 처음과 끝을 모두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엔터프라이즈는 구매 공고가 나온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이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이미 자리잡은 솔루션을 변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계약 기간도 3~5년 정도로 긴 편) 기회가 있다면 잡아야 하겠죠.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최초 생각했던 가격보다 더 낮게 입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요?

견적서 작성을 처음 시작하면, 모든 것이 막막합니다. 가격도 그 중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엔터프라이즈 딜의 가격 책정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격을 책정하려면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준을 만들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고요. 견적서를 처음 보내는 상황이라면 일단 시장가를 알아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시장에 존재하는 유일한 제품이라면? 그런 제품은 없습니다. 글로벌하게 보면 반드시 경쟁 또는 유사 제품이 있으니 이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을 알아내야 합니다.

고객사에게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SMB와 달리 엔터프라이즈는 거래 규모가 크고 경쟁 입찰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사에서는 절대 경쟁사의 제안 가격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SMB는 딜 규모가 작고 가격이 이미 온라인에 오픈되어 있어, 고객사에게 경쟁사의 가격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엔터프라이즈 딜에서는 절대로 고객사에게 이런 질문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질문은 우리의 경험 부족을 드러내는 격이라 세일즈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장가를 알아내고, 시장가를 기준으로 견적서를 작성하세요.

견적서를 보내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

고객사 구매 프로세스 확인하기

견적서 발송 전 고객사의 구매 프로세스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통상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담당 부서에서 사업을 진행하지만, 최종 입찰 이후 과정은 구매 부서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구매 부서의 KPI(핵심 성과 지표)는 무조건 가격 할인을 받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에 대한 협상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예시로, 100만원에 최종 견적이 나가서 ‘수주하면 이 가격에 팔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 수주 완료 후 구매 부서로 넘어가니 갑자기 할인이 필요한 상황을 직면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최종 견적 금액보다 싼 가격에 납품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한데요, 할인을 감안해서 견적을 보내는 것이죠. 말은 쉽지만 실제로 딜 진행 과정에서 쏟아지는 요구 사항에 대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이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주 이후 할인 협상 과정을 감안해서 견적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제품의 가격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세요

고객사는 여러 제안사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입장이어서, 가격 결정권에서 항상 우위에 있습니다(공급사가 고객을 골라서 팔 수 있는 입장에 있다면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위치에서 세일즈를 해 본 경험은 없습니다).

즉 고객사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우리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가격)에 제품을 납품 받기를 원하고, 그 가격을 맞춰주지 않으면 다른 경쟁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숙련된 세일즈 담당자는 항상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명분을 찾아냅니다. 이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면 매 수주 건마다 과도한 할인을 필수로 제공해야만 딜을 클로징 할 수 있게 되고(이마저도 확정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 이는 장기적으로 무기를 하나씩 소진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가격을 높게 받는다는 것은 근거 없이 가격을 부풀려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과도한 할인 요청을 상대하면서도 제품의 제 값을 지켜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를 세일즈 초반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추후 경쟁에서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에서 할인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견적 발송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점

견적서를 최종 고객사에게 직접 보내는지, 혹은 채널 파트너나 중간 유통사에 보내는지에 따라 고려할 사항이 달라집니다. 중간 단계 유통사 없이 최종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는 경우, 담당자(고객사의 챔피언이면 최고겠죠)에게 정보를 요청하면 되고, 그 정보 또한 신뢰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파트너사를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 정보가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이상 거쳐서 오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도를 더블체크해야 합니다. Trust, but Verify(믿되 반드시 검증해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시로, 기존에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첫 컨택이 온 경우, Listing Price 견적 요청 시 그냥 전달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반드시 어떤 프로젝트와 관련된 견적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이를 잘 말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알아내야 합니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알아냈을 경우, 추가로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은 수주를 위해 Target Price, 즉 목표가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목표가가 설령 없다고 해도 대략적인 Price Range를 확인해야 하고, 이마저도 없다면 해당 파트너사는 영업력이 부족하거나 뭔가 숨기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음 액션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사와 함께 움직이세요

엔터프라이즈 딜이 진행되는 방식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단독 수주, 두 번째로 진행 불가, 세 번째로 고객사의 요구에 맞는 납품을 위한 파트너사를 찾아서 함께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가능하다면 단독 수주가 가장 좋지만,  경험 상 그런 프로젝트는 극소수입니다. 

엔터프라이즈의 특성상 고객 요구 사항이 많고 고객사의 상황에 맞는 커스텀 요청이 동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형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현재 제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찾는 일이 거의 필수입니다.

파트너사를 찾아서 협업을 진행하려면 우리 제품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제품의 A to Z를 정확히 알아야 협업 구도를 잡을 수 있고 협업 가능성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가능합니다.

💡
엔터프라이즈 파트너십 구축은 담아야 할 내용이 많아 별도의 글로 다루어보겠습니다.

견적서 발송 후 팔로업 액션

견적 발송 이후에는 반드시 Follow-up을 통해 결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공개 입찰의 경우 명확한 결과가 나오고, 담당자와의 연락을 통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rapport가 잘 형성되어 있어야겠죠). 그렇지 않더라도 업계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부분을 고객사가 높게 평가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확인이 불가능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력을 가질 수 있게 영업력을 키워야 합니다.

첫 컨택이 되어 견적서를 보낸 파트너사의 경우 특히 Follow-up을 더 타이트하게 해야 합니다. 대부분 입찰 실패 시 연락을 주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다음에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더 나을 거 같아요’ 라고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먼저 행동해서 정보를 받아내야 합니다.

< 집요하게 딜 실패 사유 확인하기 >

또한 딜 실패 사유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지 않으면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힘든 게 엔터프라이즈 딜의 특성인데요, 

이 또한 예시로, Listing price를 요청해서 견적서를 파트너사에 보냈더니 답이 없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연락해보니 마더사가 타 업체와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고만 하고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었죠.

마더사란? 해당 프로젝트의 주관사업자를 지칭합니다. 창구라는 뜻의 일본어 마도구찌(まどぐち)가 어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에 궁금한 점이 있다고 집요하게 요청해서 통화를 했습니다(그 전에는 뭐가 궁금하신 걸까요? 라는 태도였습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결론은 우리가 전달한 견적 대비 ⅓ 가격으로 타 경쟁사가 견적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정확한 딜 실패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콜라보를 통해 저장된 딜 실패 원인 >

위 사례에서 3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파트너사의 요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1. 정말 Listing Price만 필요한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하며,
    2. 우리의 시장가 및 딜 수주에 대한 의지 확인을 위해 탐색하는 것인지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2.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애초에 견적 요청 시 경쟁사가 있는지, 경쟁사의 대략적인 가격을 알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3. 딜 실패 시 반드시 집요하게 실패 사유를 알아내야 한다. 실패 사유 없이는 개선 근거 및 데이터 축적이 불가능하다.

이 글을 읽으셨다고 해도 엔터프라이즈 견적서 작성은 많은 실수와 실패를 동반합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많은 실패를 빠른 시간 내 경험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에 대한 노하우가 쌓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견적서 작성의 모든 노하우나 디테일을 이번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공유해봤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궁금하거나 시작을 고려하고 계신 팀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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